고등학교 때 반친구들과 단체로 시각장애인 복지관에 봉사활동을 갔어요. 그곳에서 시각장애인이 겪는 문제를 듣게 됐어요. 이를테면 사람들은 장애인이라고 하면 당연히 도와줘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잖아요. 그런데 그런 생각 자체가 차별일 수 있더라고요.
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알게 된 게 시각장애인의 진로였어요. 시각장애인의 다수는 안마사 외에 직업 선택의 폭이 매우 좁아요. 그나마도 고용률이 겨우 9% 정도로 낮은 데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대면 활동이 줄어 더욱 어렵게 됐죠. 누구에게나 경제적 자립과 자아실현은 매우 중요한 문제잖아요. 그런데 시각장애인에게는 그 문턱이 너무 높다고 느껴졌어요. 그래서 시각이 약한 대신 후각, 촉각, 기억력, 상상력, 감지 능력 등이 비장애인보다 섬세한 시각장애인의 특성을 살려 조향사의 길을 열어드리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어요.